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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일상/제주 이주민

제주 4년차 이주민이 생각하는 제주 한달살기 장점과 단점

by Thincrescent 2021.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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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 이주하고 처음 한 달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달정도가 되었을 때 겨우겨우 삶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느낌이었어요.

일단 이주를 한 상태이기에 짐이 전혀 정리가 안되어 정리하는데도 꽤나 시간이 걸렸고요.

청소나 환경에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제주에서 한달살기 어떠냐는 주변의 질문이 많습니다. 오고 싶어 하는 분도 많고요.

실제로 오셨다가 돌아가신 분도 많고요. 

그래서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가며 제주로 이주하고 한달정도 되었던 때를 생각하며 제주 한 달 살기의 장점과 단점을 주관적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워낙에 개인적인 견해이니 참고 정도만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제주로 이주하고 느낀 제주 한달살기 장점들

 

공기가 확실히 좋다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날이 파랗게 눈부신 날도 많고요. 기온도 확실히 높아 따뜻합니다.

제가 4월 말쯤 친구와 통화를 한적이 있는데 친구가 제주도 좋냐며 여긴 꽃샘추위로 다시 점퍼를 꺼내 입었다고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여기는 반팔을 입고 다닐 정도라고 대답해주었지요. 몹시 부럽다던 친구의 말이 생각납니다.

 

밤에는 별도 잘 보이고요. 일상이 상당히 여유롭고 좋았어요. 

서울에서도 저는 월세를 살았는데, 그곳에서 작은 원룸 정도의 가격으로 22평, 커다란 거실, 방 두 개에 사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물론 제주의 집세가 아주 저렴하다고 말하긴 어려울지 몰라도 잘 찾아보면 분명히 저렴한 곳은 많아요. 저렴한 이유가 분명히 존재하기도 하지만요.

 

여행지다 보니 바깥에 볼 것도 많고, 늘 싱그러운 자연도 보기 좋고요. 

서울에서 지낼때 눈앞을 가로막던 높은 건물들도 제가 지내는 서귀포 남쪽에선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높아봤자 4~5층 높이에다 그런 건물도 많지 않고, 건물 앞뒤로 빡빡하게 늘어선 도시도 아니라서 건물 너머 하늘이 정말 쨍하게 보입니다. 

 

바다가 가까운 것도 좋고요. 슬리퍼 신고 해안가로 동네 골목들로 산책을 다니며 한 달여를 보낸 것 같아요.

이름만 들어오던 유명 관광지도 느긋하게 여행을 하면서 다녔고요.

 

제주 여행을 왔다면 하루에 어디~ 어디~ 정해서 가던 코스도 우린 이주민이니까 하루에 하나만 가자며 느긋하게 도는 것이 좋았어요. 

 

이외에도 지내면서 더 많은 장점들이 있었지만, 처음 한달살기 시점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이 정도가 적당해 보입니다.

 

 

 

제주로 이주하고 느낀 제주 한달살기 단점

 

제주는 생각보다 많이 습합니다. 미리 정보를 알고 왔기에 제습기를 챙겨 오긴 했는데, 그것으로 커버하기 힘들 정도로 습하더군요. 더욱이 제가 지낸 곳이 바다에서 멀지 않고 숲이 분지처럼 감싼 형태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제습기 관리 없이 창문 열어두고 시간을 보낸 후 걷다보면 바닥에 습기로 인해 발바닥 자국이 찍히는 정도였어요.

한 달 정도 지내면서 곰팡이가 생길까 봐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릅니다. 

실제로 그해 여름 심한 곰팡이의 습격으로 관리하는데 엄청 고생하기도 했고요.

 

에어컨의 제습모드와 함께 종종 제습을 해야 했지요.

 

또 주변에 나무가 많아 좋은 것도 많지만 안 좋은 점도 많습니다. 벌레들이 많이 생기기도 하고요. 지네가 숲을 다니다 건물로 들어오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이따금 걷다가 뱀의 흔적들을 보기도 하고요.

그리고 앞서 한달이 거의 돼서야 집이 정리가 되어간다고 말씀드린 이유가 있는데요.

 

봄에는 송화가루가 너무 많이 집으로 날아들어옵니다. 물론 제주 모든 곳에서 그러 지야 않겠지만, 제가 지내던 곳은 특히 숲에 소나무와 같은 종류가 많아서 창물 열고 외출 후 돌아오면 바닥에 노랗게 쌓여있어요. 그래서 걸레로 닦아내면 노란 흔적이 엄청 묻어 나옵니다. 더욱이 책이며 장식장이며 들러붙고요. 이불 위도 내려앉고요.

처음에 잘모르고 크게 낭패를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로도 해마다 봄에 송화가루가 많아질 무렵이 되면 창문을 자주 닫곤 합니다.

 

 

양돈 냄새도 지역에 따라 심해요. 이건 정말 생각치도 못한 문제였는데, 제주도에 농지가 많아 가끔 비료를 쓰는 날이 있으면 냄새가 나긴 해도 매일 그러진 않으니까 참을 수 있어요. 많이 심하지도 않고요. 그런데 제주도 곳곳에 양돈장이 있고 양돈장에서 분뇨를 밤에 보통 치우거든요. 낮에는 관광하는 사람들이나 기타 민원으로 밤에 치운다고 하대요.

냄새 정말 엄청납니다. 그래서 밤에 창문을 닫아두는데, 그래도 냄새가 뚫고 들어오는 경우도 많고, 산책하러 나섰다가 집으로 그냥 돌아온 적도 많아요. 실제로 이것이 꽤나 지역 문제로 민원이 제기되어 관리감독을 하고 오래된 양돈장을 폐쇄하고 여러 사건이 있었어요. 결국 2년 후에 저희가 표선을 떠나 남원으로 이사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또 제주도는 비가 정말 자주 옵니다. 바람도 너무 심하게 부는 날이 많고요. 날이 맑은 제주가 연일 이어질 거 같지만 실제로 제주에서 지내보면 흐린 날이 제법 많다 느낄 거예요. 게다가 이상하게 비가 주말에 자주 오더라고요. 일하는 주중에는 맑다가 주말에 비가 오니 집에 거의 갇혀 지내는 날이 많았어요.

 

안개도 자주 피어서 운전할 때 위험한 적도 많아요. 

 

운전하니까 또 생각난건데, 제주시나 서귀포 시가지를 제외하곤 차가 많지 않아 좋긴 하지만 운전을 다소 험하게 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속도가 빠르고 신호를 무시하는 경우도 많고요. 심지어 신호가 있어야 할 곳이 분명해 보이는데, 신호가 없는 곳도 많아요. 

 

제주시나 서귀포를 가다보면 거의 매번 길에서 죽은 동물들을 보기 일쑤고요. 너무 안타까워 가끔 차를 세우고 이미 죽은 아이를 한편으로 치우며 더 고통받지 않길 바라기도 합니다.

 

이전 이야기에도 등장하는 것처럼 물류비, 배송비, 택배비가 비싼 것도 불만이고요.

 

 

뭔가 장점에 비해 단점이 요목조목 많은 느낌이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제주에서 살고 있는 지금이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제주 한달살기를 물어보면 그건 그냥 놀러 오는 것이지 살러오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적어도 일년살기는 해봐야 제주를 조금이라도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고요.

 

제주 한달살기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이것저것 적어보며 그간의 일들이 떠오르네요. 

한 달 살기와 달리 일 년 살기, 그 이후에 더 많은 단점과 장점이 있지만 이것들을 한 달 살기에선 다 알기 어렵다는 생각도 드네요.

 

 

태풍이 불어오면 얼마나 무서운지요.

 

여전히 밤에 떠오른 별을 보며 여자친구와 밤 산책을 하면서 종종 제주 오길 잘했다고 이야기해요.

앞으로도 제주에서 잘 지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남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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