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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생활/도서 리뷰

제주 4.3 소설 - 순이 삼촌 (현기영)

by Thincrescent 2021.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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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 이주하고 4.3에 대한 많은 것을 찾아보려 노력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제주 4.3 사건에 대한 보고서도 보고 그랬지만 뭔가 빠진듯하게 풀리지 않는 것들이 많았어요. 숫자와 희생자를 나열하고 사건의 중심지 등을 보고하는 형태로는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는 것들이 많았거든요. 

 

순이삼촌은 현기영 중단편전집으로 여러 단편을 통해 제주 4.3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물론 그와 거리가 먼 단편들도 있지만, 대체로는 제주 4.3을 겪은 사람들이 어떤 아픔을 가지고 지금을 살아가는지 보여줍니다. 

 

특히나 와닿는 몇몇 문구 중에 

"실은 마땅히 가해자한테로 향해야 할 분노가 차단된 데서 생긴 엉뚱한 부작용임을..."

이 구절에서 참으로 씁쓸함을 감추기가 어려웠어요. 

 

무거울 것이라 작정하고 읽었지만 그보다도 아프고 반대로 무덤덤하고 무심한 듯한 슬픔이 더욱 깊게 박히는 소설이었습니다. 가상의 인물이라고 하기엔 현기영 작가 직접 겪었을 법한 인물들이 잘 살아있고, 이야기는 일상에 뿌리 박힌 깊은 아픔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편입니다. 아마도 직접 경험했거나 아픔을 그대로 담아두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진 결과겠지요.

 

제주에서 지내면서 실제로 제주 4.3을 겪은 분을 아직 만나뵙지는 못했어요. 다들 그 전대의 사건이거나 가족 중에 누군가의 사건이었죠. 이제 슬슬 잊혀 가기도 하는 문제이면서도 반대로 새롭게 법안이 발현되고 재심을 통한 무죄가 곳곳에 현수막으로 걸리는 것을 보면 현재 진행형이기도 한 문제입니다. 

 

제주에서는 4월 3날을 근처로 오름에 잔뜩 마련된 무덤에 제사를 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문제가 어떤 형태로 지금에 미치고 잘 해결되기 위해선 우리가 무엇을 고민해봐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다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미얀마의 군부 문제도 부디 잘 해결되길 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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