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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생활/도서 리뷰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신경숙

by Thincrescent 2021.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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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신경숙

 

오래전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읽고 한동안 책을 생각하며 다니곤 했다. 한구절 한구절 마음에 남는 장면들과 문장들이 있어 좋았다.

 

얼마전 신경숙의 신간 소식이 있었다. 신간은 '아버지에게 갔었어'라는 소설로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아마도 '엄마를 부탁해'에서 엄마를 이야기한 것처럼 이번엔 아버지를 이야기하나 싶었는데, 대략 소개를 살펴보니 익명의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소설이라는 설명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책을 소개하는 칼럼의 댓글에 세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응 표절'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은 후 표절에 대한 소식을 알게 되었을때 적잖게 실망을 했더랬다. 명망 높은 작가가 왜 이런 표절을 해야했을까 여러번 생각을 해봐도 참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고나니 혹시 감명 깊게 읽은 문장들도 실은 어디선가 옮겨온 문장은 아니었을까 의심이 앞서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전체적인 감상과 이야기의 흐름, 특정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 문장 자체의 몇 소절이 떠오르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대체로는 읽을 당시 좋은 문장들도 전체 흐름과 감상에 녹아들어 정확히 남는 경우는 많지 않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런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좋은 문장과 글은 책을 읽어나가는 힘이 되어 다음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 문장을 어디선가 가져오고 표절한 결과물이라 생각하니 감상을 넘어선 실망이 깊게 박혀온다. 

 

'젊은 날에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제 발등에 찍힌 쇠고랑을 내려다보는 심정'이라며 앞으로 행보에 많은 부분 반성하며 지내겠단 인텨뷰가 있다. 6년이란 시간에 누군가는 기다렸다하고 누군가는 이르다고 한다.

 

박주영의 '백수생활백서'를 읽고 감명을 받은 후 '실연의 역사'를 비롯한 그녀의 책을 몇권 사가지고 왔다. 신경숙의 소설을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 내심 다행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훗날 지금의 생각이 바뀌기를 기대하고 있다. 더욱 좋은 이야기와 문체로 지난 날의 과오를 바로잡고 앞으로에 매진할 문학가가 되어 다시 그녀의 책. 첫장을 넘겨볼 날이 오기를.

 


구구절절 말이 많았지만, 이번 신간 소식을 보고 예전 이책이 떠올라 글을 쓰게 된만큼 앞선 생각들은 접어두고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 대한 이야기도 남겨두려 한다.

 

몇 개의 소일을 마치고 푼돈을 받아 중고 서점을 기웃거리며 샀던 책으로 오래 책장에 묵혀두었다가 최근에 읽은 소설이었다. 왜 그토록 책장에 묵혀두었는지 다소 후회가 될만큼 좋았던 책이었다. 

유명 드라마에서도 챕터 제목으로 쓰였을 만큼 대중에게는 잘 알려진 책이란 이야기에 다소 놀라기도 했다.

 

청소년기를 앙드레 지드나 헤세와 함께 통과한 세대가 이었고, 90년대 이후엔 일부 작가들의 소설이 청년기의 사랑과 열병, 성장통을 대변하는 것에 아쉬움이 있어 썼다는 소설이란 설명이 있다. 아무래도 나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나에게는 에쿠니 가오리의 이야기들이 좋았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젊은 시절을 반영한 책으로 읽었던 편이다. 

 

소설 집필의 이유로 적어두었던 것에 충실히 쓰인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의 구조와 인물들의 성격, 사건 전개 등 대부분이 좋았다. 특히 학생 운동 등이 전개되며 누군가는 깊게 개입되고 누군가는 그것과 별개로 떨어져 살아가고 또 다른 누군가는 직간접적인 피해자로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유기적인 관계로 얽혀 시대를 살아가는 과정도 좋았다. 즉 대부분이 좋았던 책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물론 그 좋았던 기억이 다소 퇴색되어 아쉽기도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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